힐링 여행/해외여행

[모나코 여행기] 요트보다 빛나던 하루, 소박하게 시작된 깊은 여정

Healing Nomad Kim 2025. 5. 31. 07:10

“모나코, 햇살과 럭셔리 그 사이에서 나를 만나다”

모나코 항구의 필자 / 여유가 있으면 리조트와 요트에 돈을 쓰고 싶은 곳이다.

 


모나코. 단지 화려한 요트와 카지노만을 기대하고 간 건 아니다. 서울의 여의도 보다도 면적은 작지만 눈부신 나라에 도착한 날, 나는 빛나는 해안선을 따라 걷고, 구불구불한 골목을 지나 결국 사람 사는 냄새와 나의 리듬을 다시 찾게 되었다.

 

감미로운 노래.  "모나꼬...."로 속삭이듯 시작하는 "장 프랑소아 모리스의 샹송" 의 음성을 떠 올리며.....

 


 

1. 멍통(Menton) 유스호스텔에서 시작된 여행

모나코 바로 옆 동네, 국경을 넘은 조용한 마을 프랑스 멍통(Menton). 유럽에서 고급의 상징인 모나코를 여행하면서도,
나는 그보다 훨씬 덜 알려진 이곳 멍통의 작은 유스호스텔에 묵었다. 왜냐? 모나코는 모든 게 너무 비싸니까...ㅎㅎ


비좁은 복도, 단순한 침대, 그리고 낯선 여행자들과의 짧은 눈인사. 하지만 그 안엔 ‘진짜 여행의 시작’이 있었다.

 

멍통에 숙소를 정한 또 하나의 이유는 해변을 따라 조금 더 오르쪽으로 올라가면 이태리의 "산레모"라는 곳이 있는데, 그곳을 방문해 보고 싶었던 이유도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일정이 약간 꼬여 못갔다. 그곳은  "산레모가요제"로 유명한 곳이다. .


 

2. 기차 문이 열리자 빛과 바다가 쏟아졌다

니스에서 기차를 타고 약 30분, 문이 열리자마자 밀려든 것은 바다 냄새와 햇살이었다. 모나코역에 내린 순간 마치 포스터 속의 세상에 들어온 느낌. 고급 요트가 줄지어 선 항구, 그리고 무개차 롤스로이스를 타고 미소 짓는 남녀 한 쌍. 그 장면을 본 나는 잠시 걸음을 멈췄다. 그건 ‘한 낱 장면’이 아니라 ‘화려함과 부의 상징’이었다.

무개차 롤스로이스를 타고 미소 짓는 남녀 한 쌍
고급 요트가 줄지어 선 모나코 항구의 필자


 

3. 작은 왕궁, 조용한 권위

언덕 위의 모나코 왕궁에 오르니, 그 화려함보다 오히려 검소한 품격이 먼저 느껴졌다. 근위병 교대식을 보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의 얼굴에도 어떤 예의와 기대가 깃들어 있었다. 작지만 단단한 왕국, ‘가진 것보다 보여주는 방식이 다르다’는 말을 실감했다. 한 때 그레이스 켈리라는 미국 영화배우가 모나코 왕비가 되어 부러움과 함께 더욱 유명세를 탔던 적이 있다.

모나코 왕궁 근위병 교대식


 

4. 노천 시장의 상인과 과일 하나

모나코 구시가 한켠의 작은 시장. 햇살 아래 붉게 빛나는 사과와 오렌지 등 각종 과일들. 그 앞에 서 있는 중년의 가게 주인장이 나에게 말을 건넸다. “C’est bon(쎄봉 / 이거, 맛있어요)” 나는 과일 하나를 사서, 항구 옆 벤치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먹었다. 단맛 속에 묘하게 모나코 바다의 짠 감정이 배어 있는 듯했다.

모나코 구시가 한켠 작은 시장의 과일가게. 차양 파라솔릐 색깔이 과일 들을 더욱 싱싱하게 보이게 한다.


 

5. 몬테카를로 카지노에서의 낯섦

"고급 정장을 입고 입장한 카지노. 입장료를 내고 내부로 들어가자, 빛나는 샹들리에 아래 사람들은 긴장과 유희를 오가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나 역시 테이블 하나에 앉았지만, 손은 주머니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저 이 분위기를 기억하기로 했다." 

 

카지노를 바라보며 잠시 이런 상상을 해봤다. 가난뱅이 여행객이 무슨 돈이 있어야지... 카지노는 무슨, 그러나 한 번 진짜 해 보고 싶기는 하다. 그러면 패가 망신할까?...ㅋㅋ


하지만, 이런 상상에는 욕망을 마주하고도, 욕망하지 않을 자유, 그것이 어쩌면 이 도시가 주는 또 다른 교훈이며, 나같은  여행자만이 가질 수 있는 자유가 아닐까..

몬테카를로 카지노 건물이 필자 뒤로 보인다


 

6. 음식과 식사의 태도

노천 테라스에서 먹은 해산물 리조또와 프로방스 와인 한 잔. 관광지 한복판에서 만난 이 식사는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먹는 법’을 다시 알려주는 시간이 되었다. 식사도 삶도 급하게 하지 않아야 제 맛이 난다. 급히 먹으면 체하기만 할 뿐...


 

7. 소박한 유스호스텔의 밤

모나코의 화려함 속에서 하루를 보내고, 니스 역에 보관했던 큰 배낭을 꺼내서 멍통의 유스호스텔로 가는 길,  기차 창밖으로 별이 떠 있었다. 조용한 복도, 옆방 여행자의 웃음소리, 공용 주방에 남겨진 바게트 조각. 그 속에서 나는 또 하나의 소중한 풍경을 발견했다.

 

여행은 숙소의 별 다섯 개보다, 내가 머문 순간의 기억이 별 다섯 개인지가 중요하다. 그것 또한 배낭 여행객의 특권이다. 하루 동안의 화려한 여행을 끝내고 담콤한 꿈나라로...

멍통 유스호스텔 뒷뜰에 핀 빨간 양귀비 꽃


 

8. 실용적인 여행 팁 요약

 숙소 모나코는 비싸다. 멍통 유스호스텔 추천, 기차로 10분 거리, 1박 25~35유로
 교통 니스 ↔ 모나코 ↔ 멍통 모두 기차로 10~30분. 당일치기 가능. 요금 46유로
 드레스코드(능력이 된다면) 카지노 방문 시 반바지·샌들 금지. 여름에도 긴 바지 챙기기
 음식 관광지보단 골목 안쪽 로컬 식당 이용, 15~20유로면 괜찮은 식사 가능
 

 

9. 주변 도시와의 연결로 완성되는 여행

모나코는 단독으로 보기엔 아쉬운 도시다. 니스의 예술, 칸느의 세련됨, 마르세유의 활기, 그 모든 것과 이어졌을 때 모나코는 하나의 퍼즐처럼 완성된다. 나는 이 도시들을 기차표 한 장으로 이어 천천히 걸었고, 그 속에서 화려함보다 작은 순간의 충만함을 배웠다. 이렇게 이어지는 남부 프랑스의 햇볕을 맞으며 멋진 추억을 남기게 된다.

고급 요트를 싣고 가는 트럭


 

10. 마무리

화려함을 보러 갔다가, 소박한 휴식의 감정을 데려온 여행이었다. 모나코에서 배운 것은 부의 방식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였다. 그리고 그 여행은 작고 조용한 멍통 유스호스텔의 이층 침대 위에서 내 안에 깊이 반짝이고 있었다. 끝.


 

 

[관련 글]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 여행기 / 햇살 아래 자유를 걷다, 몽테크리스토 섬에서 찾은 나만의 순간

“ 햇살, 바다, 그리고 나… 마르세유의 자유 속으로 ”지중해의 태양 아래, 모나코→니스→칸느를 지나 도착한 프랑스 남부 최대의 항구 도시 마르세유소설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무대 ‘이프

www.healingnomadkim.com